오바마 인도 다녀간지 5일 만에 베이징서 3국 외무장관 회담
세계 외교 무대에서 미국의 행보에 번번이 태클을 걸어 온 중국, 러시아, 인도가 한목소리를 내며 우호를 과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한 지 불과 5일 만이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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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무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3국은 개방, 단결, 상호 이해와 신뢰의 정신으로 국제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또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유엔에 대해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외세의 개입으로 이뤄지는 정권 교체와 일방적 제재 부과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가 서방의 개입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에 대해 서방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 스와라지 장관과 각각 회담을 했다. 인도 언론들은 “보통 중국은 다른 국가의 외무장관이 방문하면 총리나 정치국 상무위원 중 1인이 응대하는데, 이번에 시 주석이 직접 인민대회당으로 두 국가 외무장관을 초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에서 “올해 양국은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야 한다”며 “동쪽과 서쪽의 주요 전장지로 헌신했던 두 나라의 공헌을 기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와라지 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관계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오는 5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모디 총리가 지난해 9월 인도를 방문한 시 주석을 고향 구자라트주로 초청한 것에 대한 답례 성격이다. 인디아투데이는 “중국이 모디 총리를 시안의 교외인 푸핑(富平)현으로 초대하고 싶어 한다”는 인도 관리의 발언을 소개했다. 푸핑현은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의 고향이자 시 주석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신문은 “경호 부담으로 푸핑까지 못 가고 시안만 방문하더라도 그 의미는 크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신(新)실크로드의 동쪽 출발점인 시안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이 꿈꾸는 신실크로드 경제권 건설에 인도가 동참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5-02-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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