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비우호적이고 근시안적 행보…양국 관계 후퇴시킬 것”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에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한 데 대해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러시아 외무부는 29일(현지시간) 일본의 추가 제재 조치와 관련해 발표한 논평에서 “러시아는 이 조치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크게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비우호적이고 근시안적인 행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특히 ‘러시아에 행동을 촉구하겠다’는 논평과 함께 발표된 우크라이나 동부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조치는 아주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외무부는 이어 “일본의 조치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그간의 여러 차례에 걸친 성명이 미국의 행적을 답습하는 틀을 벗어나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독자 노선을 걸을 능력이 없는 일본 정치인들의 무능을 가리기 위한 병풍에 불과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외무부는 “일본의 추가 제재는 어떤 단서로 포장되든 불가피하게 포괄적 양국 관계에 해를 끼치고 양국 관계를 후퇴시킬 것임을 일본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하루 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 등에 간여한 것으로 판단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 일본 내 자산 동결 등의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크림 산(産) 제품에 대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대(對)러시아 신규 대출을 중지하는 유럽연합(EU)의 결정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앞서 지난 4월 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 정부 인사 23명의 일본 방문을 금지하는 1차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월 말 자국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일본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일본은 북방영토(쿠릴열도) 협상도 중단하겠다는 것이냐”고 일본의 제재 동참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작년 4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과 북방영토 협상 재추진에 합의했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일본 온라인 시사잡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을 인용해 일본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이 쿠릴열도 분쟁 해결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고 전했다.
잡지는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가동시킨 쿠릴열도 협상이 일본의 러시아 제재 참여로 인해 한동안 진행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오는 가을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홋카이도 서북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이투룹,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남부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분쟁을 겪어오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 조약을 근거로 4개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쿠릴열도가 2차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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