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법원 “혈연관계 없어도 부자관계 취소 못해”

日대법원 “혈연관계 없어도 부자관계 취소 못해”

입력 2014-07-18 00:00
수정 201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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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른 정’ 손 들어줘…”아이의 법적 신분 안정이 우선”

결혼 후 부인에게서 얻은 자식이 혈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더라도 법률상 부자·부녀 관계를 취소할 수 없다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혈연 관계가 없는 법률상 아버지와 그 자식 간 부자·부녀 관계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된 3건의 소송에서 17일 이같이 판결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이들 3건 가운데 2건은 1,2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부자 간 혈연보다는 법률적 관계를 중시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재판은 가족의 근간인 친자관계의 재정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일본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들 3건의 소송은 모두 결혼 생활 중 아내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두고 벌어졌다. 아내가 결혼 10년 만에 낳은 딸이 다른 남자의 아이임을 선언하고 가출을 한 경우, 남편이 홀로 전근을 간 사이에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출산한 경우 등이다. 이 중에는 이미 이혼한 부부도 있다.

DNA 검사 결과 세 남성과 아이 간에 혈연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99.99%로 나타났다.

재판부(시라키 유<白木勇> 재판장)는 “생물학적으로 아버지와 자식 관계가 없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더라도 아이의 법적인 신분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일본 민법은 아내가 결혼한 상태에서 임신한 아기는 이를 반박할 증거가 없는 한 법률상 남편의 자식으로 인정하도록 ‘적출 추정’(嫡出推定) 규정을 두고 있다.

남편은 아내가 낳은 자식이 자신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면 부자·부녀 관계를 부정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재판은 아기가 태어난 것을 알게 된 지 1년 이내에만 청구할 수 있으며 이는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빨리 확정하는 것이 아이의 삶이나 가정의 평온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부부가 별거하는 등 명백하게 부부 관계를 가질 수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적출 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부자·부녀 관계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판례라고 전했다.

NHK는 이번 판결이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아이 신분의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법적인 부자·부녀 관계를 취소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두 명의 아버지는 혈연과 상관없이 아이에 대한 애정과 그간 쌓은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른 정’을 중시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다른 한 아버지는 자신의 피를 이어받지 않은 아이의 양육 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관여한 재판관 5명 가운데 2명은 아이가 생물학적인 아버지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법률상 아버지와의 부자·부녀 관계를 취소해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제시해 추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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