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허리케인 복구 지휘한 청백리, 뇌물로 철창행

美 허리케인 복구 지휘한 청백리, 뇌물로 철창행

입력 2014-07-10 00:00
수정 2017-01-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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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의 영웅’으로 불린 레이 내긴(58) 전 미국 뉴올리언스 시장이 세상의 찬사 속에서 뒷돈을 받아먹다 결국 철창에 갇혔다.

루이지애나주 연방법원은 9일(현지시간) 사기, 수뢰, 독직 등 20가지 혐의에 유죄가 인정된 내긴 전 시장에게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민주당 소속의 흑인인 그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토착 기업인들과 유착해 50만달러(5억원) 이상의 뒷돈을 받고 가족의 공짜 여행 등 각종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그는 재임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공직사회 개조를 위해 헌신한 청백리의 상징으로 여겨진 인물이다.

그는 특히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 도시 대부분 지역이 물에 잠기는 순간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일화로 유명하다.

시 간부들이 홍수를 피해 뉴올리언스를 떠난 상태에서 전기가 끊긴 임시 집무실에 남아 상황을 진두지휘했고, 이런 그의 모습에 감동한 미국 국민은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하려는 선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위해 뉴올리언스에 투입된 연방정부 공무원들을 향해 그가 던진 “엉덩이를 들고 일을 하라”(Get your ass up and do something)는 주문은 공직사회에 ‘명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화가 불통인 임시 집무실에 앉아 생쇼를 한다”며 ‘쇼맨십의 달인’이라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날 그가 영어의 신세로 전락하면서 언론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방송 출신 정치인의 ‘이미지 정치’에 모두가 속아 넘어갔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이번 수사에서 그는 재임 초기 공직사회와 업계를 향해 부패 청산을 선언할 때부터 시장의 지위를 이용해 뒷돈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내긴과 같은 부패를 저지른 콰메 킬패트릭 전 디트로이트 시장은 징역 28년을 선고받았다.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로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는 징역 14년, 래리 랭퍼드 앨라배마주 버밍햄 시장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은 선고공판 전 내긴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최대 징역 30년에 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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