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간첩법 위반’ 스티븐 김 영어의 몸으로… “2막인생 준비”

‘美간첩법 위반’ 스티븐 김 영어의 몸으로… “2막인생 준비”

입력 2014-07-05 00:00
수정 2014-07-0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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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핵과학자 ‘플리바겐 통한 유죄 인정’ 13개월간 복역 “새 인생 위해 4년 법정 싸움 접어…학생 교육에 관심 많아”

미국의 국가안보 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한 한국계 미국인 핵과학자 스티븐 김(46·한국명 김진우) 박사가 영어의 몸이 된다.

김 박사 측은 5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로부터 오는 7일 메릴랜드주 컴벌랜드 소재 연방 교도소에 입소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리 검찰과 변호인 간 플리바겐(감형 조건 유죄 인정 합의)을 통해 징역 13개월형의 형량에 합의한 김 박사는 복역하고 나서 내년 8월 출소한다.

미국 국무부에서 검증·준수·이행 정보 총괄 선임보좌관으로 일하던 김 박사는 폭스뉴스 제임스 로젠 기자에게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유출해 이를 보도하게 한 혐의로 2010년 8월 기소됐다.

검찰은 김 박사가 2009년 6월 1급 국가기밀이나 민감한 정보라는 점을 알고도 로젠 기자에게 고의로 누출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정보는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대비 태세와 관련된 내용으로, 김 박사가 자신의 직책 때문에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박사와 변호인단은 해당 정보가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이었고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후 3차 핵실험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폭스뉴스의 보도도 새삼스러울 게 없는 수준이라고 반박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미국 법무부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김 박사와 접촉한 로젠 기자의 사생활 정보까지 샅샅이 뒤진 것으로 확인돼 이 사건이 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김 박사 측은 4년간 국가기관과의 법정 다툼을 진행하면서 소송 비용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감형을 받는 조건으로 유죄를 인정했고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한 개인이 ‘거대한 벽’인 국가권력과 맞서 싸우려면 의지와 돈, 행운이라는 3가지 요소가 동시에 받쳐줘야 하는데 그로서는 의지만 있었을 뿐 나머지 요소는 턱없이 부족해 ‘2막 인생’을 위해 싸움을 접기로 했다는 것이다.

4년간 소송을 지지부진 끌면서 김 박사를 정신·육체·물질적으로 피폐하게 한 법무부와 검찰은 형이 확정되고 나서도 이를 곧장 집행하지 않아 김 박사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동가식 서가숙’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보석금 10만달러를 내고 가석방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 박사는 법원의 이동제한 명령으로 집에서 25마일(약 40km)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 박사는 교도소 입소를 앞두고 “아주 오랜 기다림이었고 친구들의 호의에 기대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했다”며 “지난 수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명예가 산산조각 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무죄를 주장하다 유죄를 인정하게 된 이유나 본인이 ‘케케묵은 미국 간첩법의 희생양’이라는 평가 등에 대해서는 “아직은 민감한 사안”이라며 “언젠가는 솔직하게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끼기도 했다.

수감 생활 중 계획을 묻는 말에 그는 “미국 정부에서 일한 독특한 경험 등을 책으로 내라는 조언도 들었다. 하지만, 우선 신학, 철학, 문학, 역사 등의 고전을 다시 읽고 기회가 된다면 동료 수감자들에게 역사나 문학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아홉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 조지타운대에서 유럽 외교사를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예일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어 2000년부터 미국 연방정부 소속인 해군전략연구소, 수소폭탄 제조로 유명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등에서 일하면서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에서 파견 근무했다.

그는 출소하면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 에세이 작성법 등을 교육하거나 미국 정부의 정책·정보 파트에서 일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 기업체 직원 등의 평가·분석·분류·설명 등의 능력을 키워주는 컨설팅 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박사는 “외교나 핵무기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되살리라는 충고도 있고 기회가 된다면 고려해봐야 하겠지만, 당장은 젊은이들을 가르치는데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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