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판별기준’ 튜링 테스트란

’인공지능 판별기준’ 튜링 테스트란

입력 2014-06-09 00:00
수정 2014-06-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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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첫 통과 사례가 나왔다고 영국 레딩대가 공식 발표한 ‘튜링 테스트’는 과학계에서 진정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ligence)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꼽혀 왔다.

이것은 “과연 기계가 생각할 줄 아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해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기 위한 기준이다.

다시 말해 과학적 의미에서 진정한 ‘인공 지능’의 판별 기준인 것이다.

튜링 테스트의 개념을 제시한 사람은 ‘인공지능 연구의 아버지’로 꼽히는 영국 전산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었다.

튜링의 기준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만약 컴퓨터의 반응을 진짜 인간의 반응과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사람과 컴퓨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대화 상대편이 컴퓨터인지 진짜 인간인지 대화 당사자인 사람이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진정한 의미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1950년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게재한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 이 방법을 제안했으며 후속 논문을 통해 개념을 보완하고 정교화했다.

튜링의 원래 버전과는 형태상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튜링 테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A와 B가 있는데, 이 중 한쪽은 기계고 다른 한쪽은 사람이라고 하자.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기계와 인간 육체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사고 능력’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기계가 진짜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느냐”와는 무관한 문제다.

따라서 A와 B 모두 컴퓨터 화면을 통해 문자로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제한하면 판정 범위를 사고 능력에 관한 부분으로 좁힐 수 있다.

이럴 경우 A와 B가 서로 사람이라는 주장을 펴도록 한다.

만약 제3자인 ‘심사위원’ C가 이를 보고 양측 중 어느 쪽이 사람인지 도무지 구분할 수 없다면, A와 B는 둘 다 인간 수준의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튜링의 설명이다.

1952년 튜링은 B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런 개념을 설명하고, ‘심사위원단’이 컴퓨터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도록 하는 버전의 테스트를 제시했다.

그는 “질문과 대답 내용을 바탕으로 심사위원 중 상당히 높은 비율이 ‘대화 상대편은 사람이다’라고 판단한다면, 이 기계는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튜링 테스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존 설의 중국어 방 논변’(John Searle’s Chinese Room argument) 등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다고 해서 꼭 그 기계가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간주할 수는 없다”는 점을 주장하는 여러 가지 철학적 비판이 나와 있다.

사실 튜링 본인도 1950년 논문 발표 당시부터 그런 식의 반박을 예상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학적 반론’ 등 반론 9가지를 예상해 이를 논문에 제시하고 미리 반박한 바 있다.

지금까지도 ‘강한 인공지능’ 또는 ‘생각하는 기계’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주요 논점은 튜링이 예상하고 미리 재반박해 놓은 이 9가지 반론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튜링 테스트는 ‘적절히 구체적이면서도 적절히 유연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튜링 테스트는 상당히 구체적 상황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철학적 사변’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공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기준이 경직돼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 테스트를 위해서는 적절한 제한 시간이라든지 사람의 판단 등 추가 기준을 정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의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는 객관적이고 어느 정도는 주관적인’ 테스트이기 때문에 기술 발전과 철학적 관점의 변화에 따라 판단 기준을 적절히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재 수학자인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강제로 호르몬 주사를 맞는 등 탄압을 당하다가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는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탄압이 극심하던 시절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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