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훔쳐 달아나며 총격, 형은 “폭탄 돌진”하다 사살
지난 19일(현지시간) TV를 통해 상당 부분 생중계된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용의자 검거 과정은 007 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긴박감이 넘쳤다. 아슬아슬한 차량 추격전은 물론 수천명의 무장경찰과 군용헬기가 동원되고 총성과 폭발음이 잇따르는 등 시가전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19일 새벽 3시쯤 수천명의 경찰특공대(SWAT)와 폭발물 탐지견 등을 동원해 가가호호를 샅샅이 훑였다. 주민들에게는 외출금지령이 떨어졌다. 거의 온종일 오리무중에 빠져있던 검거작전은 오후 6시쯤 한 워타타운 주민의 제보가 들어오면서 결정적인 전기를 맞았다. 외출금지 해제 후 산책을 나가던 주민이 이웃집 뒤뜰에 있는 보트에서 피투성이가 된 한 남성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7시 45분 경찰은 보트 안에 용의자가 숨어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블랙호크 헬기를 출동시키고 보트 안에 로봇을 투입했다. 20발 안팎의 총성과 여러 차례의 폭발 소리가 들린 것도 이 무렵이었다. 경찰이 보트 주변을 포위하고 접근하자 조하르가 총격을 가하며 저항하면서 2시간 가까이 대치가 이어졌다. 경찰이 사살보다는 생포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별도의 ‘협상팀’을 투입해 조하르에게 “너를 해치지 않겠으니 투항하라. 네가 지쳐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투항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결국 8시 43분쯤 연방수사국(FBI) 인질구출팀이 보트 안에 들어가 조하르를 생포했고 경찰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경찰은 8시 45분 조하르를 생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테러 발생 나흘 만에, MIT에서 본격적인 추격전이 펼쳐진 지 22시간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조하르를 생포한 경찰들이 현장을 떠날 때 지역 주민들이 나와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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