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기저귀/이두걸 논설위원

[길섶에서] 기저귀/이두걸 논설위원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8-11-29 17:34
수정 2018-11-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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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가장 많이 하는 집안일 중 하나는 기저귀 갈기다. 늦둥이 딸이 태어난 덕분이다. 십수년 만에 기저귀를 가는 게 처음에는 영 어색했지만 이젠 손에 완전히 익었다. 밖에서 ‘큰일’을 봐도 긴장하지 않는다.

며칠 전 한 외신 사진이 화제가 됐다. 멕시코에서 미국 쪽으로 국경 진입을 시도하던 모녀가 미국 국경수비대가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달려가는 긴박한 상황을 담았다. 그 순간에 하필 아이들이 차고 있던 기저귀가 눈에 들어왔다. 기저귀를 제때 못 갈아 축축하진 않을까. 난생처음 들었을 최루탄 터지는 소리와 메케한 냄새가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까. 3년 전 터키 해변가에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쿠르디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했음에도 아이들의 고통은 시공을 넘어 계속된다.

미 중간선거에서 내심 공화당을 응원했다. 미우나 고우나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화해 국면의 ‘우군’인 탓이다. 그렇다고 금수(禽獸) 같은 행위조차 옹호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어떠한가.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같은 지도상에 존재한다는 것,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다.”(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중)

douzirl@seoul.co.kr
2018-11-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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