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에 꼭 국수가 들어있는 이유 알고보니..

설렁탕에 꼭 국수가 들어있는 이유 알고보니..

입력 2014-12-27 13:18
수정 2014-12-28 16: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길섶에서] 설렁탕 유감/서동철 논설위원

소고기는 인간과 소의 공존과 역사를 같이하지만, 과거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특히 벼농사권에서는 소가 없어선 안 되는 수단이었으니 소를 잡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였다. 조선 세종 시대에는 소나 말을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살도감(禁殺都監)을 두었다는 기록까지 보인다.

그러니 설렁탕이 조선시대 선농제(先農祭)에서 비롯됐다는 속설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임금이 직접 소를 몰아 땅을 가는 의식을 치른 뒤 백성과 나눠 먹은 음식이 설렁탕이라는 것이다. 풍년을 기원하는 자리에서 소에 상을 내리지는 못할망정 잡아서 국을 끓였다는 뜻이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설렁탕에는 1970년대 역사도 스며 있다. 토요일이 분식일이던 시절 설렁탕에도 밥 대신 국수를 말아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식일이 폐지되고 나서도 국수맛을 못 잊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듯하다. 시내 단골 설렁탕집의 국수 인심이 좋은 것도 곡절을 겪은 탓인지 모르겠다. 이런 설렁탕이지만 요즘엔 누구도 흔쾌히 손들고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먹고 나면 만족하는 음식이 또한 설렁탕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