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자식喪/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자식喪/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8-15 00:00
수정 2014-08-1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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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식상(喪) 소식을 가끔 받는다. 지난달에 이어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지인의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서 받았다. 낭패감과 난감함이 겹쳐서 다가선다. 슬픔에 어떠한 말로 위로해야 그 깊이를 헤아릴까 싶다. 어느 살붙이의 죽음이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비감(悲感)에 비할까.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라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넉 달 전 세월호 사고로 자식들을 잃은 부모의 비통한 심정도 매한가지다. 부모의 도리를 다 못한 죄책감에 통곡은 고사하고 눈물 쏟기도 어렵다. ‘애이불비’(哀而不悲)다.

굴지의 기업 총수가 교통사고를 당한 자식을 보내면서 끝내 장례식을 외면하고, 어느 소설가는 외아들의 죽음이 고통스러워 하나님에게 따졌다 하지 않는가. 부모는 산에다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이유다. 시간이 지나 위로하기로 하고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변고를 어찌 당했는지 구구하게 묻지도 않았다. 주상(主喪)으로 빈소를 지키는 그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고통이다. 그런데 자식상을 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차려 보내려는 부모의 마음이다. 문상을 가지 않은 게 되레 마음의 짐을 진 건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8-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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