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남성에 또 뚫린 최전방, 軍은 눈 감고 경계 서나

[사설] 북 남성에 또 뚫린 최전방, 軍은 눈 감고 경계 서나

입력 2021-02-17 20:18
수정 2021-02-18 01:3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강원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그제 붙잡힌 북한 남성의 남하 경로가 일부 확인되면서 군 경계의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헤엄쳐 건너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일반전초(GOP)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걸어서 남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합참은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군 감시 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배수로 차단 시설이 허술했던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5분 대기조 병력이 출동했는데도 최초 발견에서 신병 확보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 결과적으로 또 한번 ‘눈 뜨고 당한’ 꼴이 됐다.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지난해 11월 북한군 남성의 ‘철책 귀순’과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있었던 곳이다.

군의 경계태세 소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6월에는 강원 삼척의 북한 목선 입항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5월에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중국인들이 소형 보트를 타고 세 차례나 밀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7월 인천 강화에서 탈북민이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한 뒤 헤엄쳐 북으로 넘어간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철책 밑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유사한 경계 실패를 반복한 셈이 된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전방에 아무리 훌륭한 감시장비를 투입한다 해도 탐지·운용 능력이 떨어진다면 있으나 마나 다. 북한의 간첩이 이런 식으로 얼마나 드나들었는지 알 수도 없다. 일련의 경계 실패에 대해 잘잘못을 철저히 가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군 전방 경계태세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원점에서 진단하고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전방 경계 태세 확립은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한 군사 대비 태세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2021-02-1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