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의없고 턱없이 미흡한 옥시 보상안

[사설] 성의없고 턱없이 미흡한 옥시 보상안

입력 2016-06-19 21:30
수정 2016-06-1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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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안을 제시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책임 업체의 보상안까지 나왔으니 옥시 파동은 마무리 단계를 밟는 모양새다. 옥시는 지난 주말 피해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에서 사망자나 상해 피해자에게 최대 1억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1·2등급 판정 피해자에게는 1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옥시가 보상액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옥시 파동은 세계적으로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소비자 집단 사망 피해 사건이다. 오죽했으면 온 국민이 생활용품 공포증을 앓고 있겠는가. 그런 사안의 중대함을 따질 때 옥시의 사태 인식은 너무 안이해서 허탈할 정도다. 교통 사고나 산업재해 사고의 사망 위자료 기준액보다는 그래도 높게 책정했다며 선심을 쓰는 듯한 입장이다. 사망 사고가 일어난 지 5년이나 지나 검찰 수사를 앞두고서야 영혼 없는 사과를 하더니 이제 와 기껏 불의의 사고들에 갖다 댈 일인가. 이 사건은 불가항력의 돌발 사고가 아니라 부도덕한 기업이 조직적·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은폐한 결과다.

소나기만 피하겠다는 얕은 계산으로 일관하는 옥시의 몰염치에 분통이 터진다. 그런 마당에 우리 사법부의 물러 터진 처벌 의지도 납득할 수가 없다. 옥시의 영국 본사를 건드리지 않고 어물쩍 눈감으려는 수세적인 자세가 답답할 뿐이다. 핵심 책임자인 존 리 전 옥시 대표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탓에 옥시 본사와 다른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는 더 어려워졌다. 검찰은 이달 말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늑장 수사를 시작했던 검찰이 고작 이 정도 선에서 수사를 매듭짓겠다는 발상이라면 손가락질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국민 생명을 우습게 본 해외 기업은 정신이 번쩍 들게 단죄해야 한다. 옥시의 해외 책임자들이 검찰 소환을 거부하고 뭉개는 상황은 모멸감마저 느껴진다. 해외 기업들이 유독 한국 소비자들을 만만하게 보는 이유가 멀리 있지 않다. 국가적 손해를 봐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우리 정부의 ‘새가슴’ 대처와 늑장 부실 조사, 솜방망이 처벌 탓이다. 검찰은 옥시 본사와 책임자들의 과오가 명백히 가려질 때까지 기왕에 잡은 칼을 내려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16-0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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