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채널로는 만 6년 만인 남북 간 대화가 내일 서울에서 재개된다. 이명박 정부 5년을 건너뛰고 열리는 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을 위한 첫발을 떼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나라 안팎의 기대가 크다.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정상회담도 추진해야 한다는 섣부른 목소리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만큼 남북 화해와 협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바람이 간절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불과 두 달 전까지 남한 사회를 집어삼킬 듯 으르렁대던 북한이고 보면 첫술로 배를 채울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철야 논의 끝에 어제 새벽에 끝난 남북 간 실무접촉만 봐도 우리 앞에 놓인 험로를 짐작하게 한다.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북한에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여하도록 하자는 우리 측 제의를 북은 거부했다. 한사코 상급 당국자(고위당국자)를 고집했다. 2007년 6월 21차를 끝으로 중단된 장관급 회담에서처럼 우리의 차관이나 차관급에 해당하는 인사를 회담 대표로 내세우려는 뜻이 아닌가 여겨진다. 회담의 격(格)을 낮추려는 의도인 셈이다.
북은 의제에 있어서도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성명 기념행사 공동 개최’를 명시할 것을 주장해 포괄적 논의 대상에 담자는 우리 측과 맞섰다. 북측이 이들 행사에 얼마나 무게를 싣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백의 한반도 깃발이 나부끼는 장면을 연출해 남북 간 화해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내보임으로써 북·미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 과정에서 종북세력, 친북세력의 입지를 넓히고 남남 갈등을 확대시키려는 의도도 의심된다. 그러나 6·15선언의 경우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라는, 이념적으로 찬반 논란이 뜨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사안이다. 용어에 대한 해석조차 정반대로 엇갈리는 당국 간 합의인 만큼,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오늘 당장 풀어야 할 현안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종래의 남북장관급회담을 남북당국회담으로 바꾸는 데 우리 정부가 흔쾌히 동의한 것은 새로운 대화, 새로운 관계를 열어 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잘 헤아리기 바란다. 목전의 유불리에 따라 판을 뒤엎는 행태를 거듭하며 까먹은 자신들의 신뢰를 스스로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첫걸음이 돼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이 지속가능한 남북 협력의 장이 되도록, 박왕자씨 피살과 같은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실질적 장치를 마련하는 회담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북은 성의를 다해야 한다. 김양건 통전부장을 참여시켜 대화의 내실을 기해야 함 또한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두 달 전까지 남한 사회를 집어삼킬 듯 으르렁대던 북한이고 보면 첫술로 배를 채울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철야 논의 끝에 어제 새벽에 끝난 남북 간 실무접촉만 봐도 우리 앞에 놓인 험로를 짐작하게 한다.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북한에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여하도록 하자는 우리 측 제의를 북은 거부했다. 한사코 상급 당국자(고위당국자)를 고집했다. 2007년 6월 21차를 끝으로 중단된 장관급 회담에서처럼 우리의 차관이나 차관급에 해당하는 인사를 회담 대표로 내세우려는 뜻이 아닌가 여겨진다. 회담의 격(格)을 낮추려는 의도인 셈이다.
북은 의제에 있어서도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성명 기념행사 공동 개최’를 명시할 것을 주장해 포괄적 논의 대상에 담자는 우리 측과 맞섰다. 북측이 이들 행사에 얼마나 무게를 싣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백의 한반도 깃발이 나부끼는 장면을 연출해 남북 간 화해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내보임으로써 북·미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 과정에서 종북세력, 친북세력의 입지를 넓히고 남남 갈등을 확대시키려는 의도도 의심된다. 그러나 6·15선언의 경우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라는, 이념적으로 찬반 논란이 뜨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사안이다. 용어에 대한 해석조차 정반대로 엇갈리는 당국 간 합의인 만큼,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오늘 당장 풀어야 할 현안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종래의 남북장관급회담을 남북당국회담으로 바꾸는 데 우리 정부가 흔쾌히 동의한 것은 새로운 대화, 새로운 관계를 열어 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잘 헤아리기 바란다. 목전의 유불리에 따라 판을 뒤엎는 행태를 거듭하며 까먹은 자신들의 신뢰를 스스로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첫걸음이 돼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이 지속가능한 남북 협력의 장이 되도록, 박왕자씨 피살과 같은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실질적 장치를 마련하는 회담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북은 성의를 다해야 한다. 김양건 통전부장을 참여시켜 대화의 내실을 기해야 함 또한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2013-06-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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