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권총사용 매뉴얼 방향은 좋지만…

[사설] 경찰 권총사용 매뉴얼 방향은 좋지만…

입력 2011-11-03 00:00
수정 2011-11-03 00: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조현오 경찰청장의 ‘총을 쏴서라도 조폭을 검거하라.’는 지침을 반영하듯 경찰청이 흉기로 위협하는 조폭에 경고 없이 권총을 쏠 수 있도록 ‘권총사용 매뉴얼 개정’ 초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피의자 등이 흉기를 휘두르며 달려들 때 경고나 경고사격 없이 총을 쏠 수 있고, 시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려 할 때도 즉각 발사할 수 있다는 게 초안의 골격이다. 기존의 권총 사용 매뉴얼로는 흉기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범죄행위에 대해 공권력을 즉각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갈수록 강력범죄가 흉포성을 더해가고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예리하고 강해진다는 점도 초안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의 2010 사회지표에 따르면 2009년 한해 동안 살인 1390건, 강도 6379건, 강간 1만 6156건, 폭행·상해가 19만 8210건 등으로 2006년 대비 40~5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경찰이 매뉴얼에만 의존해 공권력을 집행하려 들 경우 총기 오·남용 사고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긴박한 상황에 내몰리면 우선적으로 총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경찰관이 정상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성적인 자기통제를 하지 못하고 과잉방어를 한 적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총기 사용 시 안전 및 관리 수칙을 철저히 교육할뿐더러 사격훈련도 강화해야 한다. 다만 경찰관의 총기 사용으로 피의자 등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을 경우 당시의 상황적 급박성은 무시한 채 결과만을 놓고 경찰관에게 손해배상과 직위해제 등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바람에 이를 피하기 위해 총기 사용을 꺼린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소신 있는 직무수행을 위한 법적·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도 갖춰져야 할 것이다.

2011-11-0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