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폭풍속으로1/황인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폭풍속으로1/황인숙

입력 2022-09-01 20:22
수정 2022-09-0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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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속으로1/황인숙

나뭇잎들이, 나뭇가지들이 파르르르 떨며
숨을 들이켠다
색색거리며 할딱거리며, 툭, 금방 끊어질 듯
팽팽히 당겨져, 부풀어, 터질 듯이
파르르르 떨며 흡! 흡!
하늘과 땅의 광막한 사이가
모세관처럼 좁다는 듯 흡! 흡!
흡! 흡! 흡! 거대한 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폭풍이 오면 고요했던 숲에 돌연 생기가 돕니다.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긴 궁사처럼 나뭇가지는 부러지지 않으려고 비바람과 맞섭니다. 하늘은 팽팽한 장막을 치고 번개는 황금빛 회초리로 정적을 찢습니다. 시인은 나무와 달리기라도 하는 듯 숨이 가쁩니다. 나무와 한 몸이 되어 함께 호흡합니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날 듯이 감각의 모공이 활짝 열립니다. 생동한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흡! 흡! 깊은 숨을 마시고, 내쉴 수 있다는 말이지요. 우리는 종종 자연을 ‘정복’한다거나 ‘개척’한다는 말로 가두고, 미개한 대상으로 여깁니다. 이토록 광막한 자연의 폐 속에서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을요. 그 호흡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아름다우며, 난폭한지 잊고 살아갑니다.

신미나 시인
2022-09-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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