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자주꽃피면 자주감자’/김상철 ·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박지웅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자주꽃피면 자주감자’/김상철 ·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박지웅

입력 2017-07-28 21:08
수정 2017-07-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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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자주꽃피면 자주감자’, 73×72㎝, 한지에 수묵담채

홍익대 동양화과, 대만 문화대학 동양예술학 대학원 졸업. 동덕여대 교수. 2017 국제수묵화교류전 총감독.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박지웅

붙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다

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들키려고 우는 것이다

배짱 한번 두둑하다

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를 통째 잠근다

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이 여름에 없다

도무지 없다

붙어서 읽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역살을 잡고 있는 것이다

칠 년 만에 받은 목숨

매미는 그 목을 걸고 읽는 것이다

누가 이보다 더 뜨겁게 읽을 수 있으랴

매미가 울면 그 나무는 절판된다

말리지 마라

불씨 하나 나무에 떨어졌다

여름은 한창이다. 도심 가로수에 붙어 우는 매미 울음은 맹렬하다. 매미가 나무의 멱살을 부여잡고 운단다. 숨어서 우는 게 아니라 반드시 들키려고 운단다. 시인은 “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를 통째 잠근다”라고 쓴다. 칠 년 만에 받은 목숨 내걸고 우는 매미는 이미 삶이 커다란 놀라움이란 걸 아는 듯하다. 이 울음은 필멸에 대한 외로운 투쟁이다. 매미는 울음으로 짝을 구하고 종족 보존의 숭고한 의무를 다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말리지 마라, 저 울음! 이 여름 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없다.

장석주 시인

2017-07-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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