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하의 시시콜콜]-반올림(사사오입) 종부세

[전경하의 시시콜콜]-반올림(사사오입) 종부세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1-07-10 05:00
수정 2021-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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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단위 미만은 반올림해 계산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에 있는 문구다. 종부세 과세 대상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공시가격 상위 2%’로 정하면서 빚어진 사달이다. 예를 들어 상위 2% 주택 공시가격이 11억 5100만원이 되면 종부세 부과 기준은 12억원이 된다. 11억 5100만~12억원 미만 집 주인은 상위 2%지만 종부세를 안낸다. 반면 상위 2% 공시가격이 11억 4900만원이 되면 11억원부터 종부세를 낸다. 11억~11억 4900만원 사이 집 주인들은 상위 2%가 아니지만 종부세를 내야 한다. 실제 과세 대상이 2%를 넘나들게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하다 보니 몇천만원 정도는 우습게 보였나 싶다. 세금 기준을 이렇게 반올림하겠다는 허무맹랑한 발상은 1954년의 ‘사사오입(四死五入) 개헌’까지 소환했다.

1954년 당시 집권당인 자유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을 없앤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국회에서 표결에 붙였다. 재적의원 203명 가운데 3분의2가 찬성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가결정족수는 136명이었으나 찬성은 135명이었다. 해서 부결로 선포됐지만 이틀 후 자유당은 203명의 3분의2는 135.33…명이고 이를 사사오입, 즉 반올림하면 135명이라며 가결로 선포했다. 이 웃픈 역사는 반올림을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예다.

‘반올림 종부세’ 논란은 과세 대상을 특정 금액이 아니고 특정 비율로 삼았기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져도 상위 2%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집값 변동에 따라 해마다 과세 대상이 달라질 수 있고 집 주인도 자신이 과세 대상인 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는 과세 요건을 법으로, 명확하게 정하도록 규정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에서 보듯 상위 2%를 추려내는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상위 2%가 아닌데 반올림돼서 세금을 내게 되면 반발은 물론 소송까지 벌일 수 있다. 그래서 특정 비율로 과세대상을 삼는 세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남는 건 2 대(對) 98이라는 셈법. 개편안을 주도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4·7 재·보선에서 서울 89만 표 차, 부산 43만 표 차로 졌다. 서울·부산에서 100만 표 이상 지면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의원들을 설득했단다. 표 앞에 장사 없다지만 이런 표 계산은 ‘사사오입 개헌’처럼 화를 부를 뿐이다.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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