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병선 체육부 전문기자
체육계 현안을 다룰 때 체육인들과 비체육인들이 갖는 생각의 간극이 참 크다고 느낄 때가 많다. 간혹 체육 기자들 사이에도 세대별로, 또 출입하는 종목에 따라 생각하는 게 참 다르다는 걸 확인하고 내심 놀랄 때가 있다.
매일 선수들과 만나고 애환을 함께하다 보면 일반인이나 열성적인 팬과 다르게 생각하는 관성이 붙기 마련이다. 해서 지난 28일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됐을 때 어느 매체는 ‘축구는 으리, 야구는 배려’라고 썼다.
24명의 최종 엔트리 가운데 주전급으로 분류되던 선수들이 빠진 데다 절반이 넘는 13명이 군 미필자로 채워졌기에 이번 대표팀은 병역 특례란 강력한 동기가 부여됐다는 식으로 풀이하는 기사가 넘쳐났다.
반면 축구대표팀은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브라질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난데없는 지청구를 당했다. 30일 아침에는 ‘이왕 배려할 거면 공평해야 한다’며 미국이나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은 왜 외면했느냐고 꾸짖는 기사까지 나왔다.
전직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북방한계선(NLL) 양보 발언을 했다고 몰아세웠다가 몇 년 뒤 슬그머니 발뺌한 집권 여당이 재·보선 국면에 접어들자 국기(國基)를 뒤흔든 종북세력의 선거 연대를 질타하고 개탄했다.
그렇게 국기를 중요시하는 나라에서 군대 빠지는 게 국제대회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절묘한 수(手)가 된다는 논리를 거침없이 재생산하는 것, 거기에 대해 이렇다 할 반론도 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걸 보면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갖게 된다.
그런데도 언론이나 야구인들이 스스럼없이 이런 논리를 확산시키는 것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이 야구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인 듯하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 또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의 입지는 불안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우승을 해도 병역 특례와 무관한 대회가 됐다.
거의 모든 나라가 즐기는 축구와 기껏해야 몇 개 나라만 즐기는 야구를 동등하게 취급해 특혜를 주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시안게임 야구에 일본은 사회인야구팀, 타이완은 아마추어팀이 나서는데 프로 선수가 대다수고 아마추어 선수는 딱 한 명뿐인 현 대표팀 선수들에게 물고기를 유인하듯 ‘밑밥’으로 쓰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공교롭게도 야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날, 휴전선 근처에서 ‘관심병사’ 둘이 차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졌다. 분단국의 처연한 아픔에 짓눌린 청춘들의 현주소다.
그러니 언론이나 체육계 모두 병역 특례란 사안을 다룰 때 주의하고 또 조심할 일이다. 155마일 휴전선을 떠돌고 있을 젊은 넋들을 생각해서라도.
bsnim@seoul.co.kr
2014-07-3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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