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릉 한국중부발전 기획관리본부장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 운영해 왔다. 그런 경험이 발전정비능력 확보와 부품 국산화로 이어져 해외 발전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어렵게 진출한 해외 발전소 운영에서 현지의 조악한 부품들이 말썽을 일으키곤 했다. 한국의 협력업체들에 문제 해결을 요청하게 됐고, 그런 방식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 발전소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용역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발전소에 기자재를 납품하던 국내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다. 납품 실적이 없어 제대로 실력을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2012년 660㎿급 인도네시아 석탄 화력발전소에 납품한 실적증명서를 내밀면 된다. 이것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산업을 수출 전략화 사업으로 지정한 이유다.
지난 10여년간 발전회사와 대기업들이 해외 발전소 수출을 통해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중소기업의 판로가 열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660㎿급 발전소 3기를 운영 중인 한국중부발전은 2012년 중소기업 10개사로 구성된 ‘해외동반진출협의회’(이하 ‘해동진’)의 해외전문 무역상사를 자카르타에 설립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해동진은 이후 인도네시아에 수출촉진단을 파견해 중부발전이 운영 중인 치르본, 탄중자티화력발전소, 왐푸수력의 구매담당자와의 상담회를 개최했고 현지 전력청과의 제품설명회 등을 지원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 400만 달러 상당의 중소기업 제품을 현지에 조달했고,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중소 발전정비업체가 치레본발전소와 15년, 170억원 규모의 정비공사계약을 체결했다.
발전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이것이 ‘정부 3.0’의 이행이자 진정한 동반성장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정해져 있지만 그 기업들을 떠받치는 것은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다. 세계시장이 인정하는 중소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2014-07-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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