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를 열다] 1963년 무작정 상경한 시골 소녀들

[DB를 열다] 1963년 무작정 상경한 시골 소녀들

입력 2013-04-16 00:00
수정 2013-04-16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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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었다. 덜 익은 보리를 먹으며 배고픔을 이겨야 했던 농촌에서는 미래가 없었기에 시골 사람들에게 수도 서울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가족을 버리고 아버지가 홀로 오기도 했고 가출한 사춘기 학생들이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기도 했다. 일가족이 가산을 정리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서울에 도착하기도 했다. 단지 먹고살기 위한 무작정 상경이었다. 서울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상경한 사람들이 할 일이란 날품팔이나 하층 노동자, 식모, 버스 안내양 같은 것이었다.

‘흙에 살리라’ ‘고향초’같이 무작정 상경을 비판하거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대중가요들이 나왔다. 박노식이 주연한 ‘무작정 상경(1970)’이라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우직한 곰팔이가 돈을 벌려고 서울로 올라와서 웃지 못할 실수들을 연발하고 짝사랑하던 여인을 잃게 되자 봇짐을 싸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이호철의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는 상경한 길녀가 결국은 창녀로 전락하고 마는 과정을 그렸다. 무작정 상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렸다. 상경 소녀들은 시골티가 나서 단박에 알아차린 인신매매꾼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역에 안내소를 설치하고 상경하는 소녀들을 타일러서 돌려보냈는데, 그 수가 하루에 20여명이나 된 적도 있다. 사진은 1963년 4월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여경이 상경 소녀들과 대화하는 모습이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2013-04-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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