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가 날아올랐다. 137초를 지나고 연이어 음성전용통신장비를 통해서 시시각각 들려오는 비행 상황. 꼭 쥔 주먹 사이로 땀이 흐른다. 발사 후 540초, 9분의 시간이 한컷 한컷 스틸 사진처럼 흐르고,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소식이 들려왔다. “위성 분리, 발사체로부터 위성이 분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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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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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9분, 우주개발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독자적인 국가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나로우주센터 개발에 착수한 지 12년 만에 이루어낸 성공의 순간,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드디어 발사에 성공했다는 감격 때문만은 아니다. 이 순간을 위해 견뎌낸 시간들, 뒤로 남겨둬야 했던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한순간 물밀듯이 밀려 왔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눈물과 서글픈 웃음으로 가득한 순간이었다.
지난해부터 나로호의 마지막 비행을 준비한 연구원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차분했다. 2차례 발사 경험을 통해 이미 실패의 쓴맛을 본 탓인지 3차 발사를 준비하면서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꼭’ 혹은 ‘반드시’ 발사에 성공하겠다는 절대적인 표현을 자제했다. 대신 ‘감인대’(堪忍待·견디고 참고 기다린다) 그리고 나로호가 하늘 높이 올라가기를 바라는 뜻으로 ‘용등만리운’(龍騰萬里雲·용이 만리 구름 위를 오르다), 이 두 글귀를 통해 마음을 표현했다. 바람이 컸던 만큼 오히려 더 조심하며 마음가짐을 굳건히 했다.
1992년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우주개발에 들어간 우리나라는 인공위성 부문에 있어서는 지금껏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모두 성공을 거둬왔다. 그러기에 두 차례에 걸친 나로호 발사 실패가 준 충격과 슬픔은 익숙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인류의 로켓 개발 과정에서 성공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로켓 개발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다. 따라서 로켓 개발의 길을 걸어야 하는 연구원들에게 실패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성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 또한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 왔기에 이번 나로호의 2전 3기 발사 성공이 주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만약 첫 발사에, 또는 두 번째 발사에 성공했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기술적 노하우들이 많았을 것이다. 결국 두 차례의 실패와 수차례에 걸친 발사 연기는 연구원들의 학습효과를 현재의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결국 자기 것으로 만들어 냈다.
10여년에 걸친 나로호와의 인연을 통해 연구원들은 기술적인 성장과 함께 연구개발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을 느끼며 더 큰 사명감과 애착을 갖게 됐다. 첫 우주발사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타국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했던 일, 정해진 발사 일자를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며 실시설계 도면을 그렸던 일, 대한민국 이름을 단 나로호를 바라보며 가슴 뛰었던 일, 발사 실패 확인 후 기숙사 방에서 혼자 흐느꼈던 일…. 자체 개발하려고 하는 한국형 발사체의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서 신화가 된 나로호. 그 뒤에는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껏 참고 인내하고 기다려준 가족들,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함께 극복하면서 묵묵하게 동행해준 연구원들, 그리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 어려운 난관을 같이 해결하고 힘을 보태준 기업체 관계자들, 이들 모두가 나로호 발사 성공의 주역들이다. 나로호가 발사된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발사 순간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가슴 벅찬 성공의 기쁨을 이들과 함께 온몸으로 만끽했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성공이란 기록을 우리 손으로 남겼다고 자신 있게 당당하게 외쳤다. 나로호가 드디어 날아올랐다. 나로호 비상과 함께 그동안의 모든 마음의 짐도 날려 보냈다. 나로호야! 잘 가거라.
2013-02-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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