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에서 최근 발표한 2010~2011 국가경쟁력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비교대상 139개 국가 중 22위다. 그런데 118개의 지표를 종합화한 경쟁력지수 가운데 가장 하위에 처져 있는 지표는 정치인에 대한 국민신뢰도다. 7점 만점에 2.1점. 유감스럽게도 139개 국가 중 105위이다. 반면 싱가포르가 1위, 심지어 아프리카의 우간다가 우리보다 높은 92위이고 요즘 떠들썩한 리비아도 7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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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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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이쯤 되면 정치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선거과정에서 남발한 공약이 선거 이후 지켜지지 않아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백지화시켰다. 지난해에는 세종시 원안 유지를 주장했던 공약을 번복했고, 지금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도 선거 당시에 제시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공약사업 중 4대강사업만 추진되고 있다.
선거 당시의 핵심 정책공약들은 대부분 특정 지역의 시설입지에 관한 것들인데, 너무 쉽게 번복되면서 사회적 비용과 혼란·지역갈등까지 낳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몇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첫째, 진정한 의미의 국가경쟁력이 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생활 전반에 신뢰와 원칙·예측가능성 등이 자리잡아야 하는데, 계속되는 대통령 선거공약의 번복은 정치·정부·정책 불신 등으로 이어져 전체 국가경쟁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뢰가 없다면 존립도, 진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말은 존재의 집”이라고 했으며, 니체는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 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둘째, 대통령 공약 번복에 대한 인식문제다. 대통령의 선거공약 백지화를 놓고 “국익차원에서 번복할 수도 있는데 왜 비판하느냐.”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선거 당시 공약을 제시했을 때에는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무엇을 고려했다는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약속한 것을 왜 안 지키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데, “너도 그 입장이 되면 비판하겠느냐.”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셋째,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지역에 대한 대통령 선거공약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 하는 문제다. 정책공약의 사업비나 파급효과가 클수록 선거과정에서 TV 토론 등 후보자 간 논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공약 비교 과정을 거친 선거공약들을 번복해 백지화시킨다면 그동안의 TV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넷째, 당선된 뒤 공약을 뒤집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혹자는 “정치선진국에서는 지역에 관련된 공약은 없다고 하면서 이것은 내걸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정책 공약을 내지 못하도록 하는 건 맞지 않다. 문제는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걸도록 하고, 내건 공약은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선거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 후보자가 싱크탱크를 출범시켜 정책공약의 타당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또 사전검증을 철저히 거치게 하는 방식은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약속위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위반에 따른 위험을 크게 함으로써, 공약(空約) 자체를 상상치 못하게 하는 사회적 장치도 필요하다.
2011-04-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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