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年 300억도 못 벌면서… 6000억 ‘고래’ 삼킨다고?

[뉴스 분석] 年 300억도 못 벌면서… 6000억 ‘고래’ 삼킨다고?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8-03-27 17:58
수정 2018-03-2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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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인수 뛰어든 타이어뱅크, 자금력 있나

‘신발보다 싼 곳’이란 구호로 유명한 중견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냉소한다. 연간 300억원도 못 버는 회사가 6000억원짜리 회사를 사겠다고 덤벼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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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연합뉴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연합뉴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국내 기업으로서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임직원 고용 보장 약속과 함께 노조 및 채권단의 생각을 들은 뒤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인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했다.
중국 더블스타가 제시한 금호타이어 인수가격은 6463억원(유상증자 비용)이다. 중국 법인 정상화를 위해서는 7500억원대의 별도 자금도 필요하다. 2016년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어뱅크의 현금성 자산은 191억원에 불과하다. 매출액 3700억원, 순이익은 272억원이다.

인수 자금 조달과 관련해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를 상장하거나 우리 회사를 통째로 담보로 제공하고 채권단에서 빌리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아닌 다른 해외 기업 두어 곳이 공동 인수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장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기업어음(CP) 만기는 당장 다음달 2일부터 돌아온다. 김 회장은 ‘기업 사명감’과 ‘국민 자존심’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재무적투자자(FI) 확보 방안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보를 노린 쇼”라고 평가절하한다.

법정관리행을 유도하려는 술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타이어뱅크는 경쟁사 제품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소매업체”라며 “이 시점에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은 금호타이어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법정관리로 들어가도록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오는 30일까지 노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타이어뱅크 외에도 국내 2~3곳이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면서 “인수 희망 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해외 매각 불발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은 측은 “타이어뱅크를 포함해 지금까지 실제 인수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없다”면서 “진정성 자체가 의심스러운 (타이어뱅크) 발표에 대해선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은 ‘금호타이어 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서한에서 ▲독립 경영 보장 ▲더블스타·금호타이어 공동 협력 발전 추진 등을 거듭 약속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8-03-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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